"국민연금 적자 1~2년 늦춰서 될 일 아냐…구조개혁도 함께해야"

입력 2023-06-11 18:32   수정 2023-06-19 20:23



“국민연금 개혁은 적자 시점을 1~2년 늦춰서 될 일이 아닙니다. 구조개혁도 함께해야 합니다.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젊은 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하겠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모수개혁은 물론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을 고려해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제도 전반을 들여다보는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과 관련해선 “예상보다 급격히 떨어지는 인구 증가율이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토론 요약.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정부가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하기로 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될지 의문이다. 결국 국회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정부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또 정부 연금개혁안은 단일안으로 낼 건가, 복수안으로 낼 건가.

▷조 장관=대통령의 연금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춰서 기금 적자(2041년 예상)와 고갈 시점(2055년 예상)을 조금 늦추는 게 제대로 된 개혁일까. 개혁을 빨리하기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정부는 연금개혁과 관련한 정부안을 4개나 냈는데 (현 정부에선)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안을) 최대한 적게 내겠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모수개혁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기초·퇴직연금 등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구조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조 장관=모수개혁으로 적자 발생 시기를 1~2년 늦추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구조개혁을 같이 추진하면서 모수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의 관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정하느냐의 문제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직역연금은 복지부 소관이 아니다. 국회에서도 특정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기 어려워 별도의 특별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석좌교수=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핵심 방향을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조 장관=청년층은 ‘공정성’을 중시한다. 자신이 낸 만큼 받길 원한다. 청년들도 연금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 ‘덜 내고 덜 받고 싶어 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지만 (국민연금을 명시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과 같은)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40%인 금융상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청년층 답변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젊은 세대와 더 많이 소통해 연금 개혁안을 만들겠다.

▷이 석좌교수=국민연금 보험료가 18%는 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10% 벽 깨기’가 가능한가.

▷조 장관=한국 보험료 수준은 낮은 게 사실이다.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는) 숫자상으로 나오겠지만 중요한 건 국민에게 수용이 돼야 하는 거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에 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해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서울로 옮겨야 하지 않나.

▷조 장관=기금운용본부는 법으로 전주에 두게 돼 있다. 서울로 옮기는 것보다 우수 인재가 머물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조일훈 한경 논설실장=연금 재정추계를 보면 2070년까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해가 하나도 없다. 너무 희망적인 가정 아닌가.

▷조 장관=기본 시나리오는 그렇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보다는) 인구 증가율이 가장 걱정이다. (출산율이) 예상외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 원장=한국 경제가 주요 7개국(G7) 반열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은 G7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판 비버리지 보고서(영국 사회보장제도의 기틀)’ 같은 걸 만들고, 국민이 복지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조 장관=사회보장을 위한 재정은 급속도로 불어나는데 국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새로운 복지 수요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악화하고 있다. 모든 걸 정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정숙 디지털소비자연구원장=고령화 시대에 많은 가정이 간병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책이 있나.

▷조 장관=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 요양보험을 통한 지원을 확대해 간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

▷황태인 토브넷 회장=‘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심각하다. 간호법 논란으로 직역 갈등이 있었는데 대책이 있나.

▷조 장관=경증환자로 응급실이 과밀화됐다. 경증환자는 권역 응급센터가 아니라 지역센터로 가도록 권유하고 관련 국민 캠페인을 시행하겠다. 119 구급대가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앱을 통해 병상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을 확충하겠다. 간호인력 지원대책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약학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보건의료 산업 육성 방향성은 뭔가. 18년째 유지되는 의대 정원(3058명) 문제에 관해선 어떤 대책이 있나.

▷조 장관=건강보험 수가는 신약이 상대적으로 낮고 제네릭(복제약)은 높은 구조다. 산업 발전을 위해 이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계획을 통해 5년 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2개 이상 만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간 늘지 않았는데 저도 많이 놀랐다. 더 이상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의료계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의료 취약지역에서 의료인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근무 조건도 개선하겠다. 의대정원 확대 효과가 있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황정환/허세민/이지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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